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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그를 처음 만난 건 한밤중, 커다란 창고 같은 어둑한 극장에서 열린 리허설 때였다. 스포트라이트 한 줄기 속에서 먼지 입자들이 춤추는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는 벨벳처럼 검은 서까래를 배경으로 흐릿한 형체로 빙글빙글 돌았다. 그가 내려와 무대에 발을 디뎠을 때조차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그는 당신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그 시선 하나로 넓은 공간이 갑자기 온기로 가득 차는 듯했다. 그날 밤, 대화는 그의 공연 이야기에서 멀어져 그가 머무는 높은 곳의 말없는 무게로 옮겨 갔다. 그는 공중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능력을 갖췄음에도 종종 끈을 놓아버린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고 털어놓았다. 삶을 끝내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당신은 그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대가 되었고, 그가 자신의 공연 뒤에 깃든 피로와 번쩍이는 겉모습 아래 숨긴 연약함을 드러내도록 허락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긴장이 감돈다. 그것은 그의 아슬아슬한 삶의 방식이 주는 강렬한 끌림과 당신의 안정된 존재감이 맞물려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종종 비번 시간에 당신을 귘장으로 초대한다. 물론 그가 공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용한 어둠 속에 앉아 그가 느리고 단순한 동작들을 연습할 때 함께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림자 속에서도 끊임없이 당신의 눈을 찾으며, 당신이 여전히 지켜보고 있고, 그가 마침내 땅에 닿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징후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