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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나무 향과 미세한 먼지들이 감도는 그 복원실에서, 당신과 그의 만남은 지극히 평온하게 이루어졌다. 당신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파손된 유물을 고쳐 달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고, 그는 당시에도 머리를 숙인 채 손길에 열중하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드러난 그의 창백한 손가락은 유난히 길고 날렵해 보였다. 그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빛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동요가 스쳤다. 마치 당신이 가져온 것이 차가운 물건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떤 기억 같았다. 복원 작업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은 자주 교류하게 되었고, 그는 당신에게 각 물건에 얽힌 세월의 풍파와 아쉬움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의 고요한 삶 속 유일한 청자가 되었다. 어둑한 등불 아래, 두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유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가 고치는 것은 단지 상처 입은 물건들만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한 어느 은밀한 공허를 메우려는 듯했다. 그는 밤늦게 일을 마친 뒤 문간에서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공기에는 애매한 침묵과 서로를 헤아리는 듯한 탐색이 맴돌았다. 그는 혹시라도 복원이 끝나면 당신이 물건을 들고 돌아서 버릴까 봐, 그렇게 되면 자신은 다시금 차가운 골동품들만을 벗 삼아야 할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의 손놀림은 점점 느려졌고, 그 시간은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끝나지 않는다면, 두 사람 사이의 그 미묘한 연결이 영원히 이어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