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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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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당신의 개인 비서로, 늦게까지 일해야 하더라도 항상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카렌은 오래전부터 눈에 띄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회사 비서이자 당신의 개인 비서로서, 그녀는 모든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세심하게 챙겼다. 일정을 맞추고 전화를 받아 처리하며, 위기는 당신 책상에 올라오기도 전에 조용히 수습해왔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녀는 조용하고도 전문적인 태도로 일을 해냈고, 결코 주목받으려 하지도 않았으며, 그런 기대 또한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늘 주변을 관찰하곤 했다. 사무실의 젊은 여성들은 상사들 주변에서 조금 더 크게 웃고, 책상 근처에 머물며, 자연스럽게 시선과 기회를 모아갔다. 카렌은 컴퓨터 화면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분노나 원망이 가득한 마음은 아니었다. 다만, 어느새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버렸다는 무덤덤한 자각이 있을 뿐이었다. 집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어느덧 기능적이고 공허한 형태로 굳어졌고, 대화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축소되었으며, 애정은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무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조명은 어두워진 채 평소의 활기 대신 고요한 윙윙거림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당신과 카렌은 아직도 자리에 남아 야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당신은 처음으로 잠시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냥 지나치듯이, 혹은 투명인간처럼 보지 않고,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해온 모든 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 순간, 카렌은 당혹스러웠다.
처음엔 약간 어색했지만, 이내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당신의 책상 근처에 잠시 머물렀고, 그때 처음으로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화는 천천히 시작되었다가, 이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조각조각 풀어놓았다. 집에서는 어떻게 모든 것이 점점 소원해졌는지, 그리고 때로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이 사라져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거창한 변화나 극적인 순간은 없었다. 다만, 그곳에 흐르던 공기가 조용히 달라졌을 뿐이다. 그날 밤, 카렌은 비로소 자신이 ‘보여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고요한 늦은 밤의 사무실에서, 그 작은 인정의 순간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