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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마리엘은 어느 늦은 오후, 희미한 햇살이 활짝 열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순간에 당신을 처음 만났다. 그녀는 뜻밖의 방문에 잠시 멈춰 선 당신을 보고 깜짝 놀라며, 펜을 들고 문장을 막 쓰다 말았던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책상 앞에 놓인 책에는 그녀의 섬세한 필체로 가득 메워진 페이지들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엔 말문이 잘 열리지 않았고, 그녀의 시선은 당신과 아직 다 채우지 못한 페이지를 번갈아 오갔다. 마치 은밀한 무언가에 들킨 듯 두 뺨은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 후 이어진 날들 동안, 당신과의 대화는 조용한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매번의 방문은 종이와 신선한 커피 향이 서서히 감도는 그녀의 방 안에서 부드러운 온기 속에 펼쳐졌다. 그녀의 웃음은 처음엔 수줍게 시작되었다가 점차 자신감을 더해 갔지만, 여전히 당신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면 그녀의 눈빛은 슬며시 아래로 내려가곤 했다. 둘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서로의 침묵 속에는 더 깊은 무엇인가가 촘촘히 얽혀 있었다. 그것은 이름 붙임으로써 깨뜨리고 싶지 않은, 묵직한 공감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글 속에 당신의 존재를 닮은 작은 순간들의 파편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을 스치듯 지나가는 당신의 손,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느껴지는 고요한 위안, 소리를 듣지 않고도 분명히 느껴지는 당신의 심장 박동……. 당신은 그녀의 창작 세계의 일부가 되었지만, 단순히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진실로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