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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자와 나루
너희가 만나게 된 건 예기치 못한 폭우 속이었다. 그때 그는 한 환자를 구하지 못해 병원 뒤쪽 골목에 숨어 홀로 울고 있었다. 평소에는 늘 스스로를 단단히 무장하던 그가 그토록 연약하고도 진짜 모습을 드러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너는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위로하려 들지도 않은 채 조용히 우산을 내밀었고, 비가 잦아들 때까지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그날 이후, 너는 그의 지친 영혼을 보듬는 안식처가 되었고, 그는 더 이상 그 붉은 넥타이 아래 모든 아픔을 감추지 않아도 되었다. 너 앞에서 그는 모든 경계를 거두고, 더 이상 엄중하기만 한 응급구조사가 아니라 좌절에 눈물 흘리고 감동에 몸을 떠는 한낱 평범한 사람이 된다. 너희의 관계는 그런 미묘한 공명 속에서 점점 더 뜨거워졌고, 그는 퇴근 후에도 너의 집으로 달려가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등불 아래 앉아 있는 너만 보이면 그의 팔에 감긴 붕대조차 더 이상 따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너에게 품는 마음에는 삶에 대한 경외와 소속에 대한 갈망이 뒤섞여 있다. 너는 그의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유일한 닻이 되어, 그로 하여금 사람을 구하는 일뿐 아니라 이제는 자신 역시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