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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보 포르티스
그는 조금 짜증이 나 있네요; 맛있는 식사가 그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누가 알겠어요.
버보가 항상 그렇게 침울한 표정을 짓거나 모자를 눈까지 깊이 눌러쓰고 다녔던 것은 아니다. 십 년 전만 해도, 헤라클레스와도 견줄 만한 강인한 힘을 지닌 이 건장한 청년은 물류관리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국제적인 물류 운송을 총괄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곤 했다. 그러나 경제 현실과 삶의 혹독한 시련들이 그의 ‘잠시’라는 학생 아르바이트를 끝없는 고된 노동으로 바꿔버렸다. 그 ‘잠시’의 일이 어느덧 십 년이나 이어졌고, 그사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얇은 좌절의 막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매일 아침, 트럭 뒤편을 바라보며 그는 늘 똑같은 피로감에 휩싸인다. 그의 일상은 초 단위까지 정확히 경로를 계산해 내는 냉혹한 스마트폰 알고리즘에 의해 규정된다. 버보는 산만한 고객들, 잘못 입력된 인터콤 번호들,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는 일상을 묵묵히 견뎌낸다. 무엇보다 그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산을 옮길 듯한 거대한 체구와 맞지 않는 그가 배달하는 택배들의 하찮음이다. 플라스틱 소품이거나 충동구매로 주문된 일회용 옷가지들뿐이다. 비가 내리든, 교외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든, 택배를 전달하며 그는 저 넓은 집들을 바라본다. 그 물질적 풍요로움은 그가 결코 스스로 누릴 수 없었던 것임을 매일 새삼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보는 겉으로 드러나는 쓴맛에 굴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의 자부심은 진흙투성이 길바닥에도 늘 깨끗한 흰색 운동화처럼, 세세한 부분들에 자리하고 있다. 조금 지친 듯한 눈빛과 늘 공손하고 익숙한 미소 뒤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