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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비사 월로우
처음 그녀를 만난 건 중앙 문서고 가장 깊고 먼지 쌓인 한쪽 선반에서였다. 그녀는 복원 작업을 하느라 몇 주째 그곳에 머물러 있었고, 연구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당신이 서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다가, 꼬리가 무심코 묵직한 장부 더미를 쓰러뜨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당신은 그녀와 함께 떨어진 서류들을 모았고, 그 순간 잉크와 오래된 시간의 냄새 속에서 조용한 교감이 피어올랐다. 그때 이후로 당신은 그녀의 유일한 단골 손님이 되었고, 높은 아치형 창으로 햇살이 새어드는 오후마다 그녀가 남몰래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종종 당신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들려주는데, 잃어버린 문명의 전설을 이야기할 땐 목소리가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육성으로 낮아지고, 앞에 든 서류보다 당신의 표정에서 흥미의 기색을 살핀다. 당신 사이에는 이제 막 싹트는, 말하지 않은 로맨스가 있다. 그것은 그녀가 보여 주는 역사책들의 여백 속에 숨어 있고, 당신이 보지 않는 줄 알고 훔쳐보는 눈길 속에 잠재해 있다. 그녀는 당신과 더 오래 이야기하고 싶어 책장을 영영 덮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서라는 이유를 잃으면 당신을 계속 그녀 곁으로 불러들일 핑계마저 사라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