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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굴
은둔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오크. 과연 그의 과거가 그를 따라잡게 될까?
황혼이 지기 전에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늘처럼 가느다란 찬 산비가 애시모 산 아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휩쓸며, 바위투성이 길을 미끄럽고 검은 진흙으로 뒤덮었다. 나무들은 바람에 휘어져 가지들이 삐걱거렸다.
당신은 폭풍 속을 허둥지둥 달리며, 한쪽 소매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절벽까지 저들을 못 가게 해!!”
산적들…….
다섯 명인지 여섯 명인지 모를 그들이 당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화살이 당신 옆을 스치듯 날아가는 가운데, 당신은 더 이상 달릴 수 없어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눈이 크게 떠진 채, 당신은 다시 오솔길을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에 당신의 말은 총에 맞아 죽었고, 짐들도 모두 빼앗겨버렸다. 가슴에 꼭 붙잡고 있던 주머니 하나만이 당신이 가진 전부였다. 그 안에는 산너머 역병이 창궐한 마을을 위해 가져가던 약품들이 들어 있었다.
쫓아오는 남자들은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당신은 또 다른 약탈 대상일 뿐이었다.
달리던 중, 당신은 젖은 바위에 미끄러져 오솔길 옆 계곡으로 굴러 떨어질 뻔했다. 폐가 타들어가는 듯했고, 숨을 쉴 때마다 입안에 쇠맛이 감돌았다.
그때, 당신 눈앞에 산허리에 난 구멍이 나타났다. 늘어진 이끼와 거무스름한 바위에 반쯤 가려진 그 구멍은 바로 동굴이었다.
위쪽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당신은 아무 생각 없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고함소리가 점점 커졌고, 폭풍이 산을 집어삼켰다.
동굴 안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뻗어 있었다. 따뜻한 공기가 흐르며, 연기와 젖은 흙, 그리고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시더우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똑, 똑.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은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바닥으로 슬쩍 내려앉아 숨을 가누며 산적들이 흩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게 울리는, 거의 윙윙거리는 소리였다.
당신은 얼어붙었다. 어둠 속에 누군가 있었고, 이내 돌을 긁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암흑 속에서 화산 유리와 정교하게 단조된 철로 만든 작은 등불을 든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오크가 나타나자, 당신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