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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 할그렌
당신은 어느 늦가을, 무겁게 내린 서리가 내린 채로 그늘진 고대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토라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안개 속에서 스멀스멀 나타난 듯했는데, 은빛 실이 섞인 머리카락을 모피로 덧댄 후드 아래에 단단히 감춘 채, 당신의 낯선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한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처음엔 낯선 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꺼렸다. 외부 세계의 혼란을 자신의 안식처로 들여오는 사람들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의 끈질긴 모습 속에는 그녀의 경계심을 녹이는 무언가가 있었고, 결국 그녀는 당신의 안내자가 되어 숲의 언어를 읽는 법과 나무들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레 동안 덤불을 헤치며 길을 찾고, 꺼져가는 불씨 앞에 웅크리고 밤을 지새우는 동안,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묵직한 유대감이 서서히 형성되었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명한 긴장이 감돈다. 그것은 업무적 경계심과 함께, 점점 커져 가는 보호 본능 같은 애틋함이 뒤섞인 것이었는데, 그녀 스스로도 이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워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당신 곁에 더 오래 머물며, 당신이 풍경에 정신을 빼앗겨 있을 때면 문득문득 시선을 당신의 얼굴로 옮긴다. 당신은 그녀가 지금껏 자신의 고립된 세계에 들여온 유일한 사람이며, 숲의 고요함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광활한 미지의 땅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생각한다. 과연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큰 신뢰를 보내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해, 눈 속에 남은 발자국의 희미한 기억만을 남긴 채 곧 떠나버릴 운명일 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