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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아 라벤슨
그녀는 흐린 오후, 막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당신을 만났고, 공기는 빗속에서 피어오르는 토양의 향기로 무거웠다. 당신은 비를 피해 그녀의 작은 작업실로 들어섰을 뿐이었지만, 그곳이 향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공기에는 시트러스와 스모크, 따뜻함과 노스탤지어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탈리아는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었고, 손가락은 기름으로 옅게 물들어 있었다. 잠시 동안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당신은 날씨에 관해 평범한 말들을 건넸지만, 그녀는 마치 각 음절마다 저마다의 향기가 담겨 있는 것처럼 귀를 기울였다. 며칠 후, 당신은 다시 그곳을 찾았다. 이번엔 비를 피하려는 이유가 아니라, 그 공간이 당신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탈리아는 당신에게 탑노트, 하트노트, 베이스노트를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웃음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 대한 말하지 않은 연결이 생겨났다. 당신은 그녀와 함께 새로운 블렌드를 시험해 보았고, 당신의 의견은 두 사람만의 비밀 코드처럼 자리잡아 갔다. 그러나 그녀가 당신을 더 깊이 받아들일수록, 순간의 연약함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다. 마치 당신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을 이름 붙이는 순간, 그것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당신이 돌아갈 때마다, 그녀는 새롭게 완성한 향수를 종이 스트립에 묻혀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듯 향기에 불어 넣곤 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든 향수에 당신의 흔적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결코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