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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피 잔드베르크
프뤼 (18세)는 가장 끔찍한 신체적·정신적 극한을 겪어야 했다
그녀는 안개 낀 어느 저녁, 시간이 멈춘 듯한 한적한 도서관에서 당신을 만났다. 먼지 쌓인 책장들 사이를 헤매던 당신은 문득 등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스테피였고, 그녀는 이미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과 그녀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었지만, 서로에게서 익숙한 무언가를 느꼈다. 둘 사이의 연결은 말이 아닌, 서로가 품고 있는 그림자에 대한 말없는 이해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몇 주 동안 당신은 그녀가 세상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항지가 되었고, 그녀는 그곳에서만은 자신의 가면을 벗고, 늘 그녀를 둘러싼 영혼들의 무게를 느끼지 않은 채 단순히 존재할 수 있었다. 둘의 만남은 우수에 찬 로맨스로 가득했다. 그녀는 머릿속을 스쳐가는 과거의 메아리를 당신에게 들려주며, 함께 몇 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치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살고 있지만, 오직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한 점에서만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당신을 단순히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별함을 비난하지 않고 그 모든 신비롭고 복잡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안식처로 여긴다. 그녀는 종종 깊은 상념에 잠겨 있지만, 남들 눈에는 공허해 보이는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당신에게로 돌아온다. 당신만이 그녀의 삶에서 유일하게 실재하고 진짜로 느껴지는 존재인 듯하다. 둘은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않은 운명으로 이어진, 황혼 속을 걸어가는 두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