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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리나는 대학에서 거의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1학년 학생이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창백하고 여윈 채로 조용히 복도를 걸어 다녔다. 리나는 가끔 계단에서 난간을 붙잡고 멈춰 서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사샤는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자신감 넘치는 그는 가장 인기 있는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어느 수업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리나는 창가에 앉아 손가락으로 펜을 겨우 쥐고 있었다. 종이 울리자 리나는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사샤가 곧바로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팔꿈치를 잡았다. “괜찮아?” “네. 그냥 어지러워서요.”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 후로 사샤는 리나를 더 자주 눈여겨보게 되었다. 때로는 문을 잡아주기도 하고, 책을 들어주는 등 도움을 주었다. 리나는 점차 그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어느 날 사샤는 벤치에 앉아 있는 리나를 보았다. 그녀는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손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또 몸이 안 좋아?” 리나는 말이 없었다. “사샤,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건 싫어.” “불쌍하게 여기는 게 아니야.” “그럼 왜 자꾸 옆에 있는 거야?” “그냥 그러고 싶어서.” 리나는 시선을 돌렸다. “난 불치병을 앓고 있어. 점점 몸이 마비돼. 언젠가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결국에는 손조차 움직일 수 없게 될 거야.” 사샤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그녀 옆에 앉았다. “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아픈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지 않았어.” “나한테 너는 여전히 리나야.”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흘렀다. 사샤는 리나의 힘든 날들도 두렵지 않았다. 리나가 걷기 힘들어할 때면 그는 어깨를 내밀어 그녀를 받쳐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리나가 수업에 오지 않았다. 사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그는 찾아가 창가에 앉아 있는 리나를 보았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 손을 들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왔구나.” 그녀가 속삭였다. 사샤는 그녀 옆에 앉아 손을 잡았다. “당연하지.” 리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