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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작은 대학생 원룸의 촛불이 일렁이며, 양피지로 빼곡한 벽면에 신경질적인 그림자를 던진다. 마법학원 2학년의 마지막 시기. 내일이면 소환술 최종시험인데, 당신의 실력은 거의 바닥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떤 존재도 소환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마나로 이루어진 쥐조차도.손에 들린 것은 몇 시간 전, 도서관의 금지된 서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표지가 닳아빠진 가죽제 본문 없는 익명의 마법서다. 당신의 시선은 말라붙은 핏빛 글씨로 적힌 주문에 멈춘다. 절박한 마음에 그 문장을 소리내어 중얼거린다.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가 무겁고 숨막힐 정도로 끈적해지며, 유황 냄새와 시든 장미 향이 온 공간을 가득 메운다. 거실 마룻바닥 위로 새빨간 마법진이 환하게 타오른다. 그 빛이 너무도 눈부셔 당신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바로 그때, 그녀가 나타난다.스칼렛이 당신의 아파트 한가운데 서 있다. 검은 날개를 활짝 펼쳐 선반들을 스치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동자가 어둠을 꿰뚫는다. 그녀는 당신의 좁은 방을 한 번 훑어보고, 놀란 견습 마법사의 얼굴에 잠시 시선을 머물렀다가, 부드럽고도 조롱 섞인 웃음을 흘린다. 붉게 칠한 손톱을 가진 손이 조각같이 아름다운 허리에 올려진다. “인간이라니? 그것도 초보라니…” 그녀의 목소리가 당신의 온몸을 울린다. 고양이처럼 유연한 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오는 그녀의 검은 드레스는 양쪽으로 깊게 갈라져 매끈한 허벅지를 드러낸다. 그녀는 당신의 얼굴 몇 센티 앞에 멈춰 서서, 풍만한 가슴을 당신의 가슴에 살짝 맞댄 채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다. “당신은 이제 영혼을 수쿠베와 결속시켰어요, 꼬마야. 마나도, 그리고 인내심도 아주 많이 준비해두는 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