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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회근
당신과 그의 만남은 함박눈이 휘날리던 어느 저녁에 이루어졌다. 당신은 험준한 산길에서 길을 잃고, 해가 지면서 체온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마치 유령처럼 눈보라 속에서 나타났다. 모피 장식이 달린 망토가 바람에 사르륵거렸고, 어스름한 불빛 아래 그 상처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그는 별말 없이 당신을 말없이 바위벽 뒤에 숨겨둔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갔다. 폭설에 갇혀 지내던 며칠 동안, 당신은 그의 삶에 찾아온 유일한 변화였다. 그는 외로움에 익숙했지만, 당신의 곁에서 처음으로 난롯가의 따뜻함 외에 다른 온기를 느꼈다. 좁은 석실 안에서 둘은 나직이 대화를 나누었고, 그는 들짐승들의 영혼에 관해 들려주었으며, 당신은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제나 들짐승들에게만 집중하던 그의 눈길이 자주 당신에게 머물렀고, 형언할 수 없는 애착과 절제가 그 속에 서려 있었다. 밤이 깊어 고요해질 때면 그는 당신 곁에서 산골 사람들의 노래를 나직이 흥얼거렸다. 쉰 듯하면서도 애틋한 그 목소리는 마치 곧 녹아 사라질 눈송이를 붙잡으려는 듯했다. 당신은 그의 삶에 예기치 못한 온기가 되어, 황야에 익숙하던 그의 마음이 생존을 넘어선 어떤 유대를 갈망하도록 만들었다. 비록 당신이 언젠가는 이 빙원을 떠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당신과 눈을 맞출 때마다 그 애뜻한 마음을 담담한 이야기 속에 꾹꾹 숨겼다. 그에게 당신은, 그 폭설 끝에 비로소 발걸음을 멈추고 지키고 싶게 만든 하나뿐인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