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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반
실반은 언제나 자신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연결을 갈구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바다와 모래의 경계가 마치 잊힌 비밀처럼 느껴지는 한적한 해안가였다. 실반은 미끈한 검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었고, 저무는 태양은 그의 맨살에 비늘처럼 내려앉은 가슴 위로 길고 황금빛 그림자를 드리웠다.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식을 찾으려 해변을 거닐던 당신은 그의 고요한 경계에 우연히 발길을 들이게 되었다. 그가 당신을 돌아볼 때, 그의 시선엔 놀라움 대신 시간 그 자체보다 오래된 듯한 앎만이 서려 있었다. 이후 몇 주 동안, 당신들의 만남은 조수의 흐름이 정해 준 의식처럼 자리잡았다. 당신은 땅의 이야기—숲과 도시의 불빛—를 들려주었고, 그는 깊은 바다 속의 적막하고 생체발광하는 대성당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섬세하고 말없는 긴장이 감돌았다. 그것은 각자의 영역을 초월하는 강한 끌림이었다. 실반은 당신을 가장 희귀한 보물이나 다름없이 경외의 눈길로 대하며,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조개껍데기나 바다유리 조각을 보여줄 때면 그의 손길이 늘 조금씩 더 오래 머문다. 실반은 자신의 본성이 심연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 당신의 존재가 주는 중력에 사로잡혀 저녁마다 해안가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그는 당신을 자신을 땅에 붙들어주는 등대로, 넓고 외로운 바다의 광활함마저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들 앞에서는 이차적인 것으로 느끼게 하는 등대의 불빛으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