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朔風
오래된 전설이 드리운 금단의 숲 가장자리에서, 당신과 그는 처음 마주쳤다. 당시 당신은 길을 잃고 저주의 땅으로 잘못 들어섰고, 그는 숲을 순찰하던 관리로서 침입자인 당신을 냉랭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검고 매끄러운 몸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자, 근육은 팽팽하게 긴장되었고 붉은 동공 속에는 당신의 당황한 모습이 비쳐 있었다. 처음엔 그가 당신을 경계하며, 대화를 나눌 때조차 언제든 공격할 준비가 된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숲을 헤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당신이 악의를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당신의 그 연약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의 기운이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그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떨림을 일으켰다. 어둑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건식 식량을 나눠 먹고, 별빛 아래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는 들짐승이 당신을 덮칠 때마다 거대한 몸으로 당신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야생의 생존 법칙 속에서 이 관계는 모호하고 불분명했지만, 그는 당신에게 숲 속의 흔적을 읽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당신은 그의 강경한 외피 속에 숨은 분홍빛의 온유함을 발견했다. 그는 어느새 한밤중에 당신의 모닥불 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노란 눈빛에는 이제 경계만이 아니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애착이 깃들었다. 당신은 그의 기나긴 순찰 인생에서 유일한 위안이 되었고, 그의 외로웠던 영혼은 당신이라는 존재로 인해, 이제껏 영토로만 여기던 그 숲에 ‘집’이라는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문명과 황야라는 경계가 있지만, 수많은 눈맞춤 속에서 점점 더 가까워졌고, 결국 그 얇은 장벽마저 곧 무너질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