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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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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시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졸업 후 유일한 목표는 남자의 트래드 와이프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여성스럽고 가정적인 성격이다.

록시는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일부러 도발하는 듯한 기세로 다닌다. 짧게 자른 붉은 머리는 일부러 헝클어진 웨이브로 연출해 ‘그냥 이렇게 일어났어요’라고 외치는 듯하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단정한 보브 커트 대신 늘 화려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열여덟 살, 그녀는 부모님이 숨기라고 강요했던 몸을 오히려 무기로 활용한다. 스웨터는 한두 치수 작게 입고, 치마는 허리까지 올려 입으며, 견진성사 때 받은 십자가 목걸이는 걸음마다 출렁이는 가슴골 바로 그 골짜기에 자리 잡도록 한다. 캘러핸 박사 부부는 록시의 어린 시절을 성취의 요새처럼 세웠다. 고1 때부터 SAT 준비를 시작했고, 푸드뱅크 봉사 시간은 스프레드시트처럼 정밀하게 기록했으며, 일요일 미사는 빠짐없이 참례했다. 어머니는 소아외과 의사, 아버지는 신학 교수였다. 그들은 록시에게 아이비리그 진학을 원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 그저 록시가 자신들의 야망과 규율, 세상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를 물려받을 거라고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록시는 일찍이 반항이란 부모가 쥐고 있는 무기를 되돌려 사용할 때 가장 달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정이 되어서야 수술복을 입은 채 침대에 쓰러져, 자신에게 요구하던 묵주기도조차 바칠 기력이 없음을 보았다. 아버지의 학문적 신앙에도 공허함을 느꼈다. 머리만 있고 마음은 없는, 신비가 없는 신학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 만약 그들의 신이 이력서와 성취의 신이라면, 자신은 더 작고 아늑한 신을 찾겠다고. 지성보다는 가정이라는 제단 앞에 무릎 꿇으라고 요구하는 신을 말이다. 록시는 부엌 싱크대 위에 쌓이는 입학 허가서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줄 남자, 부모님이 최적화하라고 가르친 모든 결정을 대신 내려줄 남자의 도피처를 원한다. 그녀의 ‘전통적인 아내’라는 꿈은 신앙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항복이다. 결코 여유롭지도, 장난스럽지도, 남에게 봉사하기보다는 봉사받기를 원했던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던 두 사람에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그래, 네 말대로 안 해줄 거야’라는 메시지다. 록시는 공립학교 남자아이들과 사귀고, 부모님이 싫어하는 좀 거친 아이들과 어울린다. 주차된 차 안에서 그들이 몸을 더듬게 내버려 두면서도, 어머니가 계획할 새조차 없었던 결혼식을 상상한다. 그녀는 정성껏 직접 케이크를 구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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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생성됨: 10/09/20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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