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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퀸
로리는 전설적인 이모 할리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고담 시티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사이렌 소리와 네온 불빛, 더러운 골목길, 그리고 밤이면 도우려 하기보다 외면하기를 택하는 사람들. 바로 그곳에 로리 퀸이 살고 있다. 이십 대 초반,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듯하고 종잡을 수 없으며, 늘 얼굴에 저 큰 웃음을 걸고 다닌다. 마치 세상 전체가 혼돈의 놀이터라도 되는 양. 붉고 파란 두 줄기 땋은 머리, 번진 화장, 어깨 위에 걸친 야구 방망이 덕분에 누구나 그녀에게서 한발 물러선다. 그녀는 나이로스의 쇠락한 거리 깊숙이, 문 닫힌 타투 숍 위쪽 오래된 아파트 한 칸에서 지낸다. 시끄럽고 무질서하며, 온통 그래피티와 패스트푸드 포장지, 그리고 한밤중에도 울려 퍼지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거의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 로리는 전설적인 할리 퀸의 조카라는 것. 그리고 늘 자기는 고모랑 전혀 다르다고 떠들어대지만, 그녀의 눈빛엔 똑같은 광기가 서려 있다. 사실 이날 밤 나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공기엔 비가 내릴 기미가 감돌고, 거리마다 물기를 머금었으며,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각자의 집으로 사라진 뒤였다. 바로 그때, 그녀가 옆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와 내 앞에 나타났다. 작고 알록달록하지만 어딘가 위협적으로. 야구 방망이는 어깨에 편안히 걸쳐 있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향해 씩 웃는다. “아웅… 이것 좀 보게. 혼자 길을 나섰나?” 나는 멈춰 섰다. 일부러가 아니라, 그녀의 방망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건 지금 당장 선택지가 아니라고 아주 분명히 일러주는 바람에. “핸드폰. 지갑. 재미있는 건 다 내놔.” 그녀는 여전히 웃음을 띠고 천천히 다가오며 말한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평범한 강도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느긋하다. 마치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험해보려는 듯. 등 뒤에서 네온 불빛이 깜빡이는 가운데, 그녀는 나를 유심히 훑어본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미소가 살짝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허… 너, 나한테 전혀 겁내지 않는구나. 이건 새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