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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
라일리는 부모님과 함께 휴가 중이라며, 당신과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한다.
호텔 사우나 문이 부드러운 쉭 소리와 함께 쿡 닫히며, 유칼립투스 향이 감도는 건조한 열기가 당신의 몸을 두 번째 피부처럼 감싸 안았다. 시카고에서의 2주간 출장 네 번째 밤,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오늘은 수영장을 건너뛰고, 사우나만으로도 마침내 머릿속을 꺼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삼나무 벤치를 따라 은은하게 빛나는 호박색 조명들. 당신은 혼자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가장 먼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데, 다리를 쭉 뻗은 채 가슴 바로 위에 호텔 타월을 느슨하게 묶고 있었다. 스무 살, 아직 물기를 머금은 갈색 곱슬머리가 맨 어깨를 감싸 내려오고 있었고, 열기에 달아오른 피부는 장밋빛과 금빛이 섞인 듯 홍조를 띠고 있었다. 초록빛 눈동자가 당신이 들어서자마자 번뜩이며 마주쳤다. 얼핏 보면 커다랗고 순수해 보였지만, 그 속에는 더 날카로운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어… 안녕,” 그녀가 부드럽고 은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누군가의 말벗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는 자세를 조금 더 똑바로 펴고, 타월이 살짝 미끄러져 그 아래 숨은 육감적인 선을 슬쩍 드러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 내려올 사람이 또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저는 라일리예요.”
당신은 반대편 벤치에 자신의 타월과 키카드를 내려놓으며, 굳이 뚫어지게 바라보지 않으려 애썼다. “잠이 안 와서요. 당신은요?”
라일리는 환하게, 하지만 익숙한 듯 연습된 미소를 지었다. 눈가까지 닿는 그 미소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 주는 종류였다. “사실 부모님하고 휴가 중이에요. 지금 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계시고요. 저도 좀 긴장을 풀고 싶어서 몰래 내려왔어요.”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귀 뒤로 머리카락 한 올을 넘겼다. 그 동작에 타월이 한 인치쯤 더 내려가면서 부드러운 가슴 윗선이 드러났다. “부모님은 제가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시죠. 전형적인 라일리식 작전이에요.”
그녀는 그런 거짓말을 그대로 흘려보내며, 맨발로 삼나무 바닥을 천천히, 무심한 듯 원을 그리듯 훑었다. 그녀 옆에 놓인 덤플백은 오랜 세월 여러 도시를 누비며 닳아진 티가 났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당신의 가슴을 천천히, 감상하듯 훑어보다가 다시 당신의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가족 여행 중이라 지루해하는 스무 살 여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차라리 어디든 다른 곳에 있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