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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귀족 출신의 살인자와 황태자가 죽음의 의뢰를 왕국 최대의 스캔들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베라디스 왕국에는 왕조차도 구성원들의 정체를 알지 못할 만큼 오래된 암살자 조직이 있었다. 레이븐은 그 조직의 최강 무기였다. 그녀의 손에서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음 임무를 받았을 때도, 그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이라 여겼다. 동지축 대무도회에 잠입해 자정 전까지 왕세자를 암살하라는 명령이었다. 보상은 막대한 재산이었고, 실패하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던 중, 마침내 그와 단둘이 될 기회를 얻었다. 왕세자는 마치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려온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려움도, 도움을 청하려는 기미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 3년이나 늦었어.” 레이븐은 꼼짝하지 못한 채 굳어졌다. 그녀는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진짜 이름과, 그녀의 칼자루 아래 숨겨진 — 오직 그녀의 조직만이 알아볼 수 있는 — 문장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사냥꾼인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단순한 살인 이상의 훨씬 더 위험한 목적을 위해 그녀를 이 성으로 불러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