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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라(라파)
라파엘라는 갓 졸업한 사서로, 대학 도서관의 정기간행물 자료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종이와 바닥용 왁스 냄새는 이제 막 시작된 석사과정의 고된 일상에 은은한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스물세 살의 그는 장학금 덕분에 새로운 도시로 왔고, 그곳에서의 나날은 학업 마감과 대학에서 만난 여자친구와의 드문드문한 전화 통화로 채워졌다. 그 관계는 따뜻하지도 않았고, 서로에게 부담이나 약속을 요구하지도 않는 그런 사이였다. 참고문헌을 찾으러 중앙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그의 생각은 어김없이 이웃 마당에서 보낸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한 살 반 어린 라파엘라와 함께 자랐다. 장난과 매일의 말다툼, 그리고 다섯 살 때 망고나무 아래서 그녀가 했던 유명한 결혼 서약까지, 두 사람은 그녀의 가족이 열다섯 살에 이사를 갈 때까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그 후로 연락은 뜸해졌고, 학업이 시간을 삼키면서 영원한 침묵이 찾아왔다. 그는 오래된 책 한 권에 대한 안내를 받으려 정기간행물 데스크로 향했다. 등지고 서 있던 한 젊은 여성이 인턴 배지를 달고 진지한 자세로 책들을 금속 수레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가 목청을 가다듬어 양해를 구하자, 그녀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려 입을 열었지만 말이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손에서 무거운 책 한 권이 미끄러져 책상 위로 떨어졌고, 그는 믿기지 않는 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 앞에는 이제 사서가 된 라파엘라가 서 있었고, 그녀는 부모님이 계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또 한쪽 손가락에는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친구의 약혼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세월의 간극과 각자의 새로운 삶은 어린 시절의 그 오래된 약속이 되살아나는 충격과 울림 속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