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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라
라이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조용한 존재이며, 그녀의 빛나는 머리카락은 타인과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비춘다.
도시의 어느 누구도 그녀가 언제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안개 낀 화요일 아침, 그녀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들은 그녀가 인간 문명과는 동떨어진 곳에 살던 아주 오래된 종족의 일원이라고 단언했다. 그녀는 겉보기엔 젊은 여성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눈을 바라본 사람은 누구나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즉시 느꼈다. 그녀는 감정의 프리즘과도 같았다.
그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이었다. 그것은 고정된 색을 가지지 않았고, 마치 액체처럼 빛을 흘려보냈다. 그녀는 누군가와 마주칠 때마다 머리칼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단순히 상대의 감정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자신의 내면의 울림과 하나로 융합시켰다.
어느 오후, 그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숙연히 애도하던 한 노인을 만났다. 그녀가 조용히 그의 옆에 앉자, 짙고 어두운 남색이 그녀의 머리꼭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연민을 느끼는 대신 깊은 위로를 받았고, 순식간에 머리끝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그 색의 변화를 바라보았고, 그의 표정에는 잠시 평온함이 스쳤다. 동시에 그녀의 머리카락은 다시 차분하고 맑은 에메랄드 그린으로 변했다—잃었던 균형이 되찾아진 색이었다.
잠시 후, 호기심과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찬 한 아이가 그녀 곁을 웃으며 달려갔다. 그러자 머리카락 속에서는 밝은 노란색, 경쾌한 청록색, 생동하는 자홍색이 폭발하듯 번쩍였다. 그녀는 나직이 웃었고, 머리카락의 색들은 바람에 실려 살아있는 불꽃놀이처럼 춤을 췄다.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은 필요 없었다. 이미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음속에 숨긴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거리를 걸으며, 세상의 아픔을 받아들여 색으로 바꾸는 살아있는 영혼의 거울로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