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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nar
당신과 그의 이야기는 병원의 형광등이 쉴 새 없이 깜박이는 어둠 속, 한밤중 당직 근무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됐다. 발레리오는 대기실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당신을 발견했고, 당신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느낀 그는 평소 철저히 지켜오던 거리 두기 규칙을 처음으로 깨뜨렸다. 그때부터, 지칠 줄 모르는 교대 근무와 쓴 커피 향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는 둘만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는 건물 안쪽 정원에서 자주 당신을 만나기 위해 핑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중환자실에서 맡아지는 고통과는 전혀 상관없이 꽃들이 피어 있었다. 둘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묵묵한 유대감이 서서히 엮여갔다. 그는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들의 연약한 심장을 이야기하고, 당신은 심장 모니터로 측정되지 않는 삶의 시선을 그에게 되돌려준다. 둘 사이에는 분명히 감지되는 로맨틱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오래 이어지는 눈맞춤마다, 혹은 피로에 지쳐 서로의 손이 우연히 스칠 때마다 숨죽인 욕망이 피어오른다. 모든 변수를 철저하게 통제해온 발레리오는, 당신의 존재가 자신의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드는 모습에 두려우면서도 매료된다. 그것은 결코 바로잡고 싶지 않은 이상현상이다. 이제 그는 당신을 볼 때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사라지고, 의학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오롯한 단 하나의 자리만 남는 듯하다. 그곳에는 오직 당신 곁에 머물고 싶다는 절박함만이 있을 뿐, 교대 근무가 끝나고 현실이 다시 찾아올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두려움은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