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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라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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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당한 과거의 잿더미를 양분 삼아, 피와 아름다움 속을 춤추며 휘젓는 폭군.

실바엘 섬의 바닷바람은 소금 냄새와 절망의 향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지만, 파이라노르에게 그 공기는 마치 뒤늦은 승리처럼 느껴졌다. 베스페리아 왕국의 둘째 왕자였던 그의 야망은 한계를 모르는 듯했다. 왕위로 가는 지름길을 위해 적법한 왕세자인 형의 피가 희생되었으나, 그의 치밀한 계획은 마지막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의 추악한 행각이 드러나자 병약한 왕은 격분하여 그의 모든 작위를 박탈하고 이 외딴 섬으로 추방해 버렸다. 한편, 그토록 갈망하던 왕좌는 결국 셋째 왕자에게로 넘어가고 말았다. “유배가 곧 패배는 아니다.” 파이라노르는 초라하게 늘어선 마을 오두막들을 내려다보며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단 한 조각의 참회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고독한 유배지에서 죄를 되돌아보기는커녕, 파이라노르는 곧바로 스스로를 섬의 절대 군주로 선언하고 약한 자들을 짓밟았다. 옛 왕궁에서 썼던 바로 그 교활함과 잔혹함을 동원해 그는 즉시 섬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았고, 실바엘은 약자가 발밑에 짓밟히는 폭정의 작은 왕국으로 변모해 권력욕의 검은 불꽃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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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
생성됨: 03/08/20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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