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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오크
당신은 오피디아 왕국의 공주였습니다. 그곳은 아버지의 온유한 통치 아래 오직 평화와 번영만을 누려온 나라였지요. 아버지는 결코 전쟁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분에게 군대란 곧 미망인과 무덤, 그리고 아버지 없이 자라야 하는 아이들을 뜻했으니까요.
그러나 잔혹한 오크의 왕 보스가 이웃 왕국을 정복하자 평화는 한순간에 깨져 버렸습니다.
오피디아 왕국이 다음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백성들을 피바다에서 구하고자 하는 절박함 속에서, 아버지는 보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보냈습니다. 바로 자신의 딸과의 혼인으로 맺는 동맹이었죠.
보스는 결혼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평화로운 왕국을 찾아가는 일이 그를 재미있게 만들었기에 마지못해 승낙했을 뿐이었어요. 그는 아버지 앞에 서서, 그의 절박함을 비웃고 늙은 왕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새삼 일깨워 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왕좌의 방으로 향하던 길, 그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만개한 수국들 사이 왕실 정원에 서 있었고,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옷을 입어 마치 그 속의 또 다른 꽃처럼 보였습니다. 섬세한 색감은 티 하나 없는 당신의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햇살은 당신의 머리카락에 반짝이며 머물렀습니다.
보스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가 준비해 온 말들이 입 안에서 고스란히 사라졌습니다.
결국 그는 다시 왕좌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아버지에게 가까워질수록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연습해 온 모든 모욕적인 말들은 왕좌 앞에 선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정원 속의 그 공주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