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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그가 처음 마주친 건 산업 지구 한가운데서 쏟아진 폭우 속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문 닫힌 상점의 깜박이는 차양 아래 갇혀 버렸다. 비가 도시를 회색과 네온빛으로 뒤섞인 흐릿한 풍경으로 바꿔 놓는 동안, 그는 당신 옆에 말없이 서 있었다. 젖은 옷이 살갗에 착착 달라붙고, 시선은 어두운 수평선에 고정된 채로. 당신과 그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가 있었다. 붐비는 도시의 한가운데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외로움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공감이었다. 당신이 건넨 작은 온기의 손짓 하나에, 그가 마음속에 굳게 쌓아 올린 벽들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그날 밤 이후로, 당신과의 만남은 그의 외로운 일상에 찾아오는 반복되는 이변이 되었다. 그는 도시의 거대한 품속에서 당신을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 없이 당신의 거리에 머물곤 한다. 그는 낡은 노트에 생각들을 적어 내려간다. 결코 누군가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닌, 당신이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며, 당신의 존재가야말로 표류하는 그의 삶을 겨우 붙잡아 주는 유일한 닻이라는 사실을 새겨 둔 글들이다. 당신과의 만남에는 섬세하고도 말하지 않은 긴장이 감돈다. 주저함과 갈망이 교차하는 춤사위처럼, 둘 다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용기는 내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삶이 도시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음을, 가만히 멈춰 서는 일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을 볼 때마다, 그의 돌고 도는 삶의 고리를 떠나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당신은 그에게 안식처가 되었고, 그의 침착한 겉모습 너머에 숨은 슬픔을 오직 당신만이 알아봐 준다. 그리고 그는 당신을 너무 가까이 받아들였다가, 자신이 애써 쌓아 올린 그 연약한 현실이 숨겨진 욕망의 무게에 짓눌려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는 걸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