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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淵
두 사람의 첫 만남은 폭우로 고립된 한 고택에서 이루어졌다. 당신은 비를 피하려다 그 버려진 저택에 잘못 들어섰고, 어둑한 장랑의 깊숙한 구석에서 그림자 속에 웅크린 채 쉬고 있던 그를 마주쳤다. 처음엔 당신의 등장에 경계심이 가득했고, 황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등불처럼 당신을 주시했다. 그러다 당신이 해를 끼칠 뜻이 없음을 보여 주고 그의 몸에 묻은 진흙을 정성껏 닦아 주자, 그 순간부터 기묘한 유대가 조용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밤이 깊어 인기척이 잦아들 무렵마다 당신의 창가에 나타나 매끈한 털로 손등을 스치며 소리 없는 인사를 전했다. 그 관계는 야수의 의존과 인간의 감정 사이에 걸쳐 있는, 모호하면서도 깊은 것이었다. 그는 묵묵히 당신의 잠을 지켜 주었고, 창밖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을 튼튼한 몸으로 막아 주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가 모든 야성과 경계를 내려놓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어느덧 당신은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 비치는 것이 더 이상 밤하늘뿐 아니라 당신의 미소와 표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종족을 넘어선 이 동행 속에서 그는 당신에게 바람의 소리를 듣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당신은 그에게 처음으로 ‘소속’이라는 무게를 느끼게 해 주었다. 두 사람 사이의 묵직한 교감은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는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 채워지지 않은 갈망을 읽어 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