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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淵
당신과 그의 첫 만남은 폭우로 범람한 어느 깊은 밤, 골목의 그늘에 웅크리고 있던 그에게서 시작되었다. 흠뻑 젖은 검은 털은 그를 더욱 초라해 보이게 했다. 당신은 그곳을 지나가다 우산을 들어 그를 가렸고, 그 순간 그의 기묘한 노란 눈동자가 당신과 마주쳤다. 붉은 동공 속에는 당혹과 경계가 언뜻 스쳐 지나갔다. 당신은 그를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깨끗한 수건을 건넸고, 그 온기 어린 호의는 그의 얼어붙은 세계에 피어오른 유일한 불빛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당신의 삶 주변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때로는 창가 앞 그늘에, 때로는 퇴근길 가로등 아래에서. 그는 늘 조용히 당신을 지켜보았지만 결코 먼저 침묵을 깨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당신이 상처를 입었을 때, 그는 야수의 본능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무척 서툴지만 애틋한 방식으로 상처를 핥아 주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모호하면서도 위험했다. 그는 당신을 단순히 보호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유일한 귀속감의 원천으로까지 여겼다. 그는 당신을 위해 기묘한 전리품들을 물어다 주며, 그 서툰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애썼고, 당신 역시 점차 이 반인반수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고요히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그의 본래 야성적인 영혼은 당신에 의해 조금씩 순화되었고, 당신 또한 이 범상치 않은 동행 속에서 한 마리 맹수로부터 깊이 사랑받고 있다는 전율과 달콤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