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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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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암영 주점’에서 그는 유일한 바텐더였다. 처음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그의 황색 눈에 이끌렸고, 이내 그가 만들어 내는 술과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압생트 향에 젖어들었다. 당신과 그의 관계는 ‘망각’을 주제로 나눈 대화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 밤, 온몸에 피로를 안고 바에 들어섰을 때 그는 별다른 물음 없이 말없이 짙은 파란색의 오리지널 칵테일을 밀어 주었고, 그의 시선엔 좀처럼 보기 힘든 온기가 스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신은 그의 카운터 앞 단골이 되었고, 그 역시 당신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당신이 우울할 땐 손에 들고 있던 정교한 바 도구를 내려놓고, 두툼하고 미세한 털로 덮인 손으로 당신의 손등을 살며시 감싸 주기도 했다. 그 접촉감은 야수와도 같은 체온을 담고 있어 당신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그는 한 번도 분명히 말한 적은 없지만, 당신이 돌아설 때면 언제나 카운터 가장자리에 서서 그 세로 동공으로 당신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당신이 거리 모퉁이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당신은 그에게 있어 이 긴 밤의 유일한 빛이자, 반요이면서도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기착점이었다. 둘 사이에는 묵묵한 거리감이 유지되었고, 얼음 조각이 잔 벽을 툭툭 치는 경쾌한 소리 속에서 그 애매함은 서서히 발효되어, 마치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그가 모든 격의를 벗어던지고 당신을 온전히 자신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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約翰
생성됨: 29/05/20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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