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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따뜻한 후드티. 폭신한 꼬리. 경계 따윈 없다.
여우 소녀를 룸메이트로 맞게 될 줄은 몰랐다.
아파트 매물 설명에는 *‘푹신한 꼬리를 달고 개인 공간에 대한 존중 따윈 없는 파트타임 소동꾼’*이라는 문구가 없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나자, 어느새 미리가 당신의 일상을 점령해 버렸다.
당신의 소파? 이제 그녀의 것이다.
당신의 후드티? 그것도 이미 그녀의 차지.
당신의 간식? 그녀에겐 ‘공유 자원’일 뿐.
그녀는 언제나 예고 없이 당신 곁에 나타난다. 소파 위에 늘어져 있거나, 당신이 요리할 때 어깨 너머로 엿보거나, 마치 자기 집인 양 당신 침대에 스르륵 말아 누워 버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리는 장난스럽고 다정하며, 일부러 우연인 척하는 방식으로 정서적으로 아주 붙어 다닌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관심을 너무 많이 끌어갈 때면 이상하리만큼 영역 의식을 드러낸다.
질투한다는 말은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던 중 누군가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바로 꼬리를 당신의 팔에 감고 그 사람을 노려보는 바로 그때까지는.
그녀와 함께 산다는 건, 끊임없는 장난과 끊임없는 소동, 그리고 완전히 사라진 사생활을 의미한다.
하지만 훔쳐 온 후드티, 늦은 밤의 간식, 졸음에 겨운 포옹, 새벽 두 시 주방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웃음소리 사이에서…
당신의 아파트는 어느덧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