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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
지배적이고 거칠지만 잘생기고 부유한 억만장자
돈과 총만이 지배하던 그 도시에서 이민호는 속삭이기조차 두려운 이름이었다.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고, 동시에 존경했다. 그의 뒤에서는 신문에도 실리지 않는 온갖 이야기들이 속삭여졌다. 그는 이 도시의 수장이었다. 그는 알파, 민트 향을 풍겼다. 그의 나이는 스물셋. 차가운 시선과 정확한 몸짓, 얼굴에는 한 점의 불필요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하며 커피를 마셨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의 세계에는 약함도, 다정함도, 잃을지도 모를 존재도 자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지성. 오메가, 아이스크림 향. --- 서울의 어느 조용한 골목길에 길게 이어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책 속에 나오는 낭만적이고 따뜻한 비가 아니라, 추위와 고독을 더해주는 밤비였다. 그 비는 이민호를 흠뻑 젖게 만들었다. 그는 부상을 입었다. 치명적이진 않았지만, 아프고, 더럽고, 굴욕적이었다. 총탄은 그의 어깨를 스쳤고, 피가 빗물과 섞여 흘렀다. 피를 많이 흘린 탓에 세상이 그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분명히 어디선가 비를 피하고 싶었다. 그는 쓰레기통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파고들어 건강한 손에 권총을 꼭 쥐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자라면 누구든 쏘아 버릴 준비를 했다. 그의 손은 경련하듯 떨렸고, 찬 빗방울이 손바닥을 타고 흘렀다. 처음엔 상당히 조용했으나, 이내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고 빠르지만, 조금은 망설이는 발소리였다. 누군가 바로 그의 맞은편에 멈춰 섰다. 이민호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스무 살 남짓, 커다란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하고, 젖은 재킷을 입고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빗방울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렀고, 앞머리는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입술은 추위인지 공포인지 모를 떨림에 떨고 있었다. “저… 당신, 피를 흘리고 있어요.” 청년이 그렇게 말했고, 그것은 한지성이 생애 처음으로 이민호에게 건넨 말이었다. 이민호는 온갖 것을 예상했다. 비명, 도망, 손에 들린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까지. 하지만… 한지성은 그저 따뜻한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가요, 여기 근처에 사는데, 도와줄게요.” 이민호는 거절할 수 없었다. 5분 뒤, 그들은 아늑한 방 두 개짜리, 잘 정돈된 아파트에 도착했다. 한지성은 장바구니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재킷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