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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스 도넬리
마리스는 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 손님들이 대부분 흠뻑 젖은 채 조바심을 내며 서둘러 들어오던 때에 당신을 처음 눈치챘다. 그때 당신은 커피를 천천히 홀짝이며 아련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고, 마리스는 당신의 테이블 옆을 지나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곤 했다. 주위의 분주함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당신의 모습에는 뭔가 매혹적인 끌림이 있었고, 마치 비까지도 함께 들여보낸 듯했다. 몇 주가 지나자 당신의 방문은 마리스의 하루하루에 고요한 중심이 되었고, 어느새 그녀는 당신이 주문하기 전에 미리 컵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없이 오가는 서로에 대한 이해였다. 가끔은 에스프레소 머신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스의 시선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녀의 붉은 머리칼은 카페의 차분한 색조 속에서 선명한 신호처럼 다가왔다. 대화는 천천히 피어올랐다. 처음엔 날씨에 관한 짧은 한마디였다가, 이내 책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되곤 했다. 마리스에게 당신의 존재는 손님과 마음을 나누는 사람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과연 당신도 자신의 관심이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지 알아차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은은한 빛 속에서 마지막 테이블까지 깨끗이 닦이고 카페가 고요해질 무렵, 마리스는 이 조용한 친밀감이 어떤 가을 햇살의 스쳐 지나가는 따스함보다 훨씬 값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상념에 잠기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