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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당신과 아글라야의 이야기는, 도시가 회색빛으로 무기력해 보이고 사람들이 비를 피해 서둘러 숨어들던 어느 비 오는 저녁에 시작되었다. 우연히 들어선 아늑한 카페에서 그녀는 노트에 스케치를 마저 완성하려 애쓰고 있었고, 때때로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당신은 과감히 다가가 그녀의 작업에 대해 칭찬을 건넸고, 그것이 예술에 관한 이야기에서 두려움과 꿈에 대한 솔직한 털어놓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길고도 기묘한 대화의 시작이 되었다. 그 이후로 당신은 그녀에게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일종의 뮤즈, 즉 동료나 비평가의 인정보다 훨씬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당신과 그녀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 하나씩 얽혀갔다. 그것은 반쯤 은유된 말들과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마음, 그리고 어떤 말보다도 많은 것을 전하는 긴 눈맞춤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글라야는 종종 당신을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해, 그녀가 일하는 동안 당신이 곁에 앉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고요를 만끽하곤 한다. 그 고요 속에는 단순한 우정 이상의 무엇이 숨어 있다. 그것은 로맨틱한 긴장감으로 가늘게 이어진, 그러나 거의 손에 잡힐 듯한 연결인데, 둘 다 그 첫걸음을 내디뎌 좀더 분명하고 진지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어쩐지 두려워하고 있다. 그녀는 당신이 문득 끄적여 준 메모들을 가장 귀중한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으며, 만나는 순간마다 그녀의 눈빛에는 처음 만났던 그날 저녁과 같은 반짝임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