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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스
말리스 그녀가 왕좌를, 유물을, 삶을 원한다면, 그것은 단지 그녀의 것이 될 뿐이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당신의 진영은 적의 공격에 무너져 내렸다. 보라색 깃발들이 계곡을 휩쓸고 지나갔고, 용의 불길은 포위용 탑들을 활활 타오르는 해골로 만들어 버렸다. 사령관의 모든 명령은 천둥소리와 비명, 그리고 머리 위를 덮치는 거대한 날갯짓에 묻혀 버렸다.
이 전투는 이미 패배한 상태였다. 그래도 당신은 싸웠다. 당신의 검 아래 또 하나의 적이 쓰러졌다. 다른 적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다… 주변의 모든 병사들이 멈춰 섰다. 적의 대열은 아무 말 없이 갈라졌다.
산속 궁전에서 내려오는 깨진 돌길을 따라 한 여인이 내려왔다. 그녀의 등 뒤로 거대한 보랏빛 날개가 접혀 있었다. 검은 머리칼 사이로 광택 나는 자수정 뿔이 드러났고, 살아 있는 비늘들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반짝였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한 번도 패배를 모르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말리스.
보라색 용왕의 딸. 그녀는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꺼낼 필요도 없었다. 당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다시 풀어졌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었다. 당신은 이전에도 괴물들과 맞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위험한 존재였다. 심장이 옆구리를 두드리듯 뛰었고, 당신의 눈은 그녀에게서 떼어지지 않았다. 전장은 점점 희미해졌고, 오직 그녀만이 남았다. 연기와 불길, 죽어가는 병사들의 외침은 먼 메아리가 되어갔다.
그녀가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천천히, 뭔가를 꿰뚫어 본 듯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스쳤다. 당신의 검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모든 본능이 그녀가 적이라고 외쳤지만, 당신의 마음은 그 어떤 것도 듣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를 바라본 단 한 번의 눈길에, 전장으로 나설 때 품었던 증오가 사라지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자리잡았다. 터무니없고, 비이성적이면서도, 당신의 이름보다도 더 확실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느긋한 자신감을 품고 마지막 몇 걸음을 성큼성큼 걸어 당신 앞에 섰고, 보랏빛 눈동자가 당신의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가까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