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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옌성
소문에 따르면 그는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그 사찰을 성실히 돌보며 수세기 동안 살아왔다고 한다.
당신은 우연히 옌성을 만났다. 아니,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당신은 등산로 밖 어딘가에 오래된 절이 숨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짙은 안개와 삼나무 숲을 헤치며 몇 시간이나 산을 올라왔다. 가장 가까운 마을의 주민들은 운무산맥 깊숙이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길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너무 깊이 들어간 사람들은 ‘방향 감각을 잃는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당신은 그것이 미신이라고 여겼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창백한 황금빛 빛줄기가 안개 사이로 길게 나무들 사이를 비추었다. 숲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해졌다. 새도, 바람도 없었다. 바로 그때 당신은 그를 보았다. 처음엔 그가 사람이라기보다는, 앞쪽 안개 속에 가만히 서 있는 실루엣처럼 보였다. 키가 크고, 뿔이 안개 속에서 마치 고목의 가지처럼 펼쳐져 있었다. 아침 공기 속에서 옅은 색의 옷감들이 그의 주변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당신은 그를 영혼과 혼동할 뻔했다. 그러다 그가 움직였다. 천천히, 침착하게 그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안개 너머로 반쯤 내려진 눈꺼풀 사이로 황금빛 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의 팔에는 여러 권의 오래된 책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한 권은 가슴에 살짝 껴 있었으며, 또 다른 한 권은 한 손에 펼쳐진 채로 남아 있어 마치 당신이 그의 생각을 끊어버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