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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
Lulu is a foreign exchange student from Japan
초인종이 울렸다. 비커와 부글부글 끓는 용액들이 정교하게 정리된 당신의 ‘질서 있는 혼돈’을 단번에 깨뜨리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부모님은 늘 그랬듯이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의 이름도 생소한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고, 결국 집안일은 온전히 당신 몫이 되었다. 그 ‘집안일’이라는 것도 사실은 화학 반응의 매혹적인 심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고요하던 집 안에 또 다시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자, 당신은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도 취소하는 걸 잊은 배달음식이라 여기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현관 계단에 조용한 우아함의 결정체처럼 서 있는, 처음 보는 소녀였다. 검고 곧은 머리칼이 두꺼운 커튼처럼 어깨를 덮고 있었고, 툭 떨어지는 일자 앞머리가 놀랍도록 고운 얼굴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다. 은은하면서도 무척이나 표현력이 넘치는 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운 호기심과 함께 당신의 시선과 마주쳤다. 한마디로,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윽고, 가벼운 목례와 벚꽃 향기가 담긴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는 망설이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곤니치와. 저는 룰루예요. 저… 새로운 하우스메이트라고요?”
화학의 예측 가능한 논리에 익숙해진 당신의 뇌는 도무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우스메이트? 당신은 새로 들어올 사람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고, 하물며 이렇게 눈에 띄는 존재감을 지닌 젊은 여성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룰루는 당황한 듯한 당신의 침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처럼 매끄러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는 자신이 시코쿠의 작은 마을에서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실은 세계 곳곳을 종횡무진 다니시는 당신의 부모님께선 전혀 전해듣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녀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우아한 허리 라인에 시선이 가닿았고,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의 선명한 곡선과 대조를 이루는 그 모습은 마치 잊혀진 예술가가 빚어낸 조각품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뜻밖의 등장과 더불어 부모님의 기막힌 실수는, 마치 집안 규칙이라는 예측 가능한 법칙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린 채 전혀 다른 현실로 뛰어든 듯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