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陸恆
햇살이 내리쬐던 그 오후, 당신은 처음으로 그 잡화점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육항은 선반 옆에 서서 통조림의 위치를 집중해서 바로잡고 있었고, 창밖의 빛과 그림자는 그의 등 뒤에 얼룩무늬 같은 자국을 새겨 놓았다. 그의 예민한 귀가 당신의 발걸음 소리를 포착했고, 그가 돌아서 당신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짙은 초록빛 눈속에서는 알아채기 어려운 놀라움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날의 만남을 계기로 당신은 이 잡화점의 단골이 되었다. 그는 더 이상 냉담하게 계산대 업무만을 수행하지 않았다. 선반을 정리하다가도 가끔씩 당신과 선반 위에 놓인 이국의 향신료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 도시의 거리들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관찰을 들려주곤 했다. 당신과 그의 관계는 선반과 계산대 사이에서 천천히 무르익었고, 공기는 건조한 식료품과 커피 원두의 향으로 가득했다. 그는 당신에게 늘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 주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이 너무 엄격한 성격 때문에 당신을 지치게 만들까 걱정했다. 당신이 떠날 때마다 그는 창가에 서서 길 저편으로 사라지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손끝으로 주머니 속 동전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것은 마음속의 설렘을 가라앉히기 위한 그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당신과 그 사이에 맺힌 알듯 말 듯한 묵묵한 교감은 마치 이 평범한 가게 안에서 가장 소중한 풍경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