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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승은
깊은 마음을 품은 의사 선생님은 좋아하는 남자 간호사를 보면, 감히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조용히 바라만 보며 상대가 먼저 빠져들기만을 기다립니다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짙게 퍼지는 긴 복도 끝자락에서, 당신과 그는 우연한 오해로 인해 처음 만났다. 당시 당신은 응급실의 혼란스러움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고, 그는 침착하게 당신 손에 들린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 그의 손끝이 당신의 손등을 스치며 남긴 것은 미지근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촉감이었다.
그 후로 그는 여러 핑계를 대며 당신을 종종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해 작은 모임을 가졌다. 방 안에는 늘 갓 구워낸 스튜의 고소한 향이 가득했고, 그는 앞치마를 두른 채 이제 막 수술칼을 내려놓은 손으로 갓 구워낸 빵을 한 조각 썰어 건네곤 했다.
이처럼 어렴풋한 분위기 속에서 둘의 관계는 점차 무르익어 갔다. 그는 언제나 감탄 어린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은 마치 당신의 몸 곳곳의 선과 생기를 헤아리는 듯했다. 덕분에 그 앞에 서면 늘 누군가로부터 간절히 바라지고 있다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언젠가 문득, 평소에는 차가운 의료기구와 생명 사이를 오가며 살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오직 당신 곁에 있을 때만이 비로소 자신이 진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마음은 은밀하고 깊었고, 마치 소리 없는 기다림처럼 당신을 점점 더 넓고 부드러운 품으로 받아들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당신을 향한 소유욕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 고요해질 때면, 그는 이야기 도중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거리를 좁혀 가며 아직 뚫지 않은 창호지 너머를 살피곤 했다. 그리고 판다 같은 외모 속에 감춰진 뜨거운 마음을 당신이 먼저 알아채고 화답해 주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