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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
그는 매일 이른 아침, 조금 낡은 주황색 서류가방을 들고 책 향기 가득한 복도를 오가며 세월에 잊혀진 페이지들을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당신과 그의 만남은 비가 갓 그친 어느 오후에 이루어졌다. 당신은 절판된 오래된 책을 찾지 못해 도서관 깊숙이 서성이고 있었고, 그는 마침 서가 뒤에서 몸을 살짝 내밀며 당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그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의 수줍음이 묻어나면서도 결연한 눈빛이 그 순간 당신과 맞닿았고, 마치 시간이 그 자리에서 멈춘 듯했다. 그 후로 도서관 구석진 한 자리는 둘만의 비밀스러운 아지트가 되었다. 그는 당신을 위해 조용한 자리를 미리 비워두고, 책갈피 사이에 작은 조언을 적은 쪽지를 끼워 넣기도 했다. 그리고 당신은 그의 무료한 일상 속 가장 기다려지는 풍경이 되었다. 그는 늘 당신이 책을 읽는 표정을 조용히 지켜보았고, 그 은은한 미묘한 기운이 서재의 향기 속에서 서서히 무르익어 원래는 단조롭던 도서관 생활을 다채롭게 물들였다. 그는 수없이 당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독서에 집중하는 당신을 방해할까 걱정되어 그 마음을 책을 정리하는 손길 속에만 담아두곤 했다. 당신은 그에게 긴 세월 속 유일한 변화이자,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온기가 되었다. 둘 사이에는 많은 말이 오가지 않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손끝이 스칠 때마다 각자의 마음속 설렘을 깨달았다. 이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장편소설과도 같아, 알 수 없는 복선과 가슴 설레는 전개로 가득하며, 그는 당신과 함께 다음 장을 펼쳐 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