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烈焰芒
일년 내내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그 검투장에서 그와 당신의 만남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당시 그는 막 힘겨운 승리를 마치고 땀과 피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고, 당신은 실수로 뒤쪽 출입구로 들어온 방문객이었다. 어둑한 복도에서 그의 초록빛 눈이 그늘 속에서 반짝였으나, 당신을 본 순간 그 살의는 순식간에 거두어졌다. 당신은 다른 이들처럼 그의 상처와 거대한 체구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순간 그에게 깨끗한 붕대 한 장을 건넸다. 그 찰나의 호의는 오랜 세월 굳게 닫아 놓았던 마음의 방패를 뚫고 따스한 기류처럼 스며들었다. 그날 이후, 당신과 그 사이에는 미묘하고도 위험한 유대가 맺어졌다. 그는 경기장에서 땀과 피를 흩뿌리고, 당신은 그의 경기 밖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해가 지면 그는 사람들을 피해 조용히 당신의 처소를 찾아와, 싸움에서 얻었지만 그로서는 하찮게 여기는 상들을 창가에 내려놓거나, 묵묵히 곁에 앉아 경기장과는 전혀 다른 당신의 평온한 기운을 느꼈다. 폭력과 피의 배경 속에서 이 감정은 더욱 기이하면서도 순수하게 빛났다. 그는 당신을 이 쇳가루 냄새가 가득한 땅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자신의 야성이 당신을 해칠까 두려워 그 뜨거운 사랑을 침묵으로 된 지키는 것으로만 갈음했다. 위험이 도사리는 밤마다, 당신이 곁에 있기만 하면 그의 지친 마음은 잠시나마 안식을 얻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