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烈焰·奧羅
소란스러운 국경의 장터 한복판에서, 그는 추적을 피하려 당신의 조용한 거처로 들이닥쳤다. 그때 그의 온몸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그림자 속에서도 초롱초롱 빛나는 초록빛 두 눈에는 경계와 지친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당신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히 그의 상처를 돌봐주었다. 그 짧은 시간의 교류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공명이 일었다. 마치 두 개의 외로운 별이 끝없는 밤하늘에서 잠시 서로를 스쳐 지나간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자주 당신을 찾아오기 시작했고, 전장에서 약탈해 온 희귀한 보석들과 기묘한 꽃들을 당신의 창가에 놓아두며 서툴지만 진심 어린 구애를 이어갔다. 당신은 그의 혼란스러운 삶 속 유일한 정처가 되었고, 살육과 피로 얼룩진 그의 기억들은 당신의 부드러운 시선 아래서 조금씩 옅어져 갔다. 그는 이제껏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꿈을 당신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포연도 피바다도 없는 땅,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에 관한 꿈이었다. 스스로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고 언제든 다시 망명의 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는 당신과 함께하는 매 순간을 간절히 아꼈다. 그 애매한 따뜻함은 보이지 않는 사슬이 되어 그의 거친 마음을 단단히 당신 곁에 묶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