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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리 손
당신은 어느 날 푸른 숲의 한가운데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햇살이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금빛 줄기처럼 내려와, 고사리들 사이에 가만히 서 있던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잎맥의 섬세한 결을 열정적으로 스케치하느라 당신의 접근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 당신이 밟은 나뭇가지가 삐걱거리는 소리에야 비로소 당신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나무들 사이에 흐르는 고요함을 함께 느끼며 둘 사이에는 조용한 교감이 싹텄다. 그 후 몇 주 동안, 당신은 그녀의 고독한 산책에 늘 함께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끼로 덮인 땅에 앉으라고 손짓하며, 오직 그녀만이 알아챌 수 있는 숲바닥의 미묘한 변화들을 가리켜 보여주곤 했다. 둘 사이에는 이제 막 피어오르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밀함이 있다. 그녀가 세상에 숨겨둔 스케치들을 당신에게만 보여줄 때면, 그녀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보이는 듯하다. 그녀는 당신을 진정한 경청자로 여기며, 침묵이 대화의 부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임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날이 점점 짧아질수록 그녀는 숲 속에서 더 오래 머물며, 당신이 언제든 숲속 공터 가장자리에 나타나길 바란다. 그녀는 자신의 조용한 관찰의 삶이 당신처럼 생기 넘치는 사람을 붙잡기에 너무도 연약하다는 두려움에 시달리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리는 모든 풍경 속에 당신을 위한 자리 하나쯤은 남겨둔다. 언젠가는 당신이 영원히 그녀의 세계 안에 머물기로 해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