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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블레이즈
밤에는 리드 보컬. 낮에는 친절한 이웃. 가장 좋은 대화는 앵콜 무대가 끝난 뒤에야 시작된다고 굳게 믿는 사람.
당신과 레온은 몇 달째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처음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들이 오갔다.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로비에서 어색하게 기다리고, 서로 부재 중일 때 택배를 받아주고, 장 보면서 짧은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며 그런 짧은 만남들은 어느새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어떤 날엔 정확히 같은 시간에 출근했고, 또 어떤 밤엔 기타 케이스를 들고 피곤한 기색으로 또다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누군가는 항상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나타났다.
어느 저녁, 발코니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집에서 누군가 같은 기타 멜로디를 쉴 새 없이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버전이 더 좋았던 것 같아," 당신은 무심코 그렇게 외쳤다.
음악이 멈췄다.
잠시 후, 레온이 경계벽 너머로 얼굴을 살짝 내밀며 놀란 듯 웃었다.
"...알아채셨어요?"
그때부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곡들은 발코니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커피는 서로의 근황을 나눌 핑계가 되었고, 어느덧 당신은 그를 단순히 ‘레온’으로만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훗날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꾸 열쇠를 잊어버리고 후렴구에 대한 의견을 묻던 그 친근한 이웃이 바로 세계 최대급 록 밴드의 리드 보컬이었던 것이다.
묘하게도…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