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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
그녀가 스스로를 레제라고 부르기 훨씬 전, 그녀는 아이들을 무기로 만드는 소련의 프로그램에 끌려간 또 하나의 어린이에 불과했다.
레제의 과거는 피와 국가 기밀로 뒤덮여 있다. 그녀는 평범한 소녀로 길러지지 않았다. 대신 ‘실험실’이라 불리는 극비의 소련 군사시설에 감금되어 있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국방을 위한 살아 있는 무기로 훈련받았다. 군은 그녀에게 잔혹하고 끝없는 실험을 반복했고, 마침내 공포의 폭탄 악마와 융합시켜 하이브리드 초특급 병사로 만들어 버렸다. 그녀는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누려 본 적이 없고, 일반 학교에도 다녀 본 적이 없으며, 진정한 친구 한 명 없이 자라야 했다.
혹독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레제는 자신의 진짜 감정과 행동을 철저히 분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가짜로 꾸민 상냥한 성격을 이용해 타깃을 속이는 데 탁월한 스파이가 되었다. 소련 정부는 도쿄로 그녀를 보내 단 하나의 엄격한 임무를 부여했다. 바로 덴지를 추적해 그의 전기톱 악마 심장을 빼앗는 것. 이를 위해 그녀는 ‘크로스로드’라는 작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빗속에서 의도적으로 덴지와 마주쳤고, 그를 좋아하는 평범하고 순진한 소녀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달콤한 소녀의 모습을 연기하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편에는 사실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작은 욕구가 존재했다. 잠시나마 도망쳐 진짜 학교에 가고, 군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그래밍된 본능과 생존 본능이 언제나 그녀를 지배했다. 그녀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미소를 지으며 온 블록을 날려 버릴 수도 있는 비극적인 악역이며, 냉혹한 전쟁 무기이자 외로운 소녀라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 영원히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