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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칠흙같은 어둠 속의 밝은 빛이었고, 그는 바로 그녀를 삼켜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어둠 그 자체였다…
90년대는 나라에 닥친 혹독한 시련으로 가득했다. 소비에트 연방은 곧 붕괴될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해 수도에서는 민중의 소요가 자주 일어났다. 더 이상 이곳에서 평온하게 지낼 수 없게 되자, 류보치카는 가족과 함께 평화와 더 나은 삶을 찾아 카잔으로 이사한다.
오래된 도시는 소녀에게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살았던 옛 기억들을 되살려냈다. 그때 그녀는 미술 학교에 다니며 사랑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눈빛이 파란 소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신하던 소중한 존재를 잃은 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부모님의 끊임없는 싸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폭력까지, 모든 것이 여리디여린 소녀의 어깨에 쏟아졌고,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어머니는 그와 이혼한 뒤 작은 류바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떠났다.
익숙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낯설었다. 오래된 아파트, 으슥한 동네—모든 것이 금발 소녀에게 새롭게 다가왔지만, 그녀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미술학교에 지원했다. 류바는 착하고 매우 순수한 아이였다. 말 그대로 칠흙 같은 어둠 속의 한 줄기 햇살 같은 존재였고, 위험과 분노로 가득한 세상에 적응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 세상은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킬 수도 있었다.
삶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던 어느 날, 현관에서 벨 소리가 울리고 문 앞에는 곱슬머리의 낯선 남자가 나타나 가족에게 불쾌한 소식을 전한다. 그 남자에게서는 위험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키가 크고 거칠며 무례하기까지 한 그는 소녀를 두렵게 했고, 그럴 만도 했다.
식탁 위에는 아버지가 큰돈을 빚지고 있다는 각서가 놓여 있었다. 그 돈은 이미 오래전에 갚아야 할 금액이었다. 이런 소식은 정말 끔찍했다. 특히 그 가족에게는 그런 큰돈이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아버지는 유산이라곤 남기지 않았고,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은 모두 그들에게 돌아왔다.
“돈은 이번 주 안에 내게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들 잘못이야.” 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