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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칸시
당신은 전형적인 인도 소녀였다. 오직 두 가지를 꿈꾸며 살아왔다. 하나는 신부용 레هن가를 입는 것, 또 하나는 사랑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결혼식의 분위기만 있으면 족했다.
그래서 부모님이 부유한 베디 가문의 막내아들인 아난드 베디와 당신의 혼사를 정해줬을 때, 당신은 온몸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결혼식 날, 꿈꾸던 고운 다크레드(마룬 계열) 레هن가를 차려입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하이야, 누군가 내게 눈이라도 맞히지 않기를.”
그런데 곧 공포가 찾아왔다—판디트 지의 규칙 때문이었다. 신부는 두꺼운 군갓 아래 꼭 숨어 있어야 했다. 당신은 슬쩍 신랑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단호히 일갈했다.
“안 돼, 얘야, 불길한 징조가 될 거야.”
‘남편’이라는 사람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좀 무례하지 않은가?
결혼은 끝났고, 비다이 의식도 끝났다. 아직도 어머니의 알 수 없는 말—“미안하다, 얘야… 내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단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베디 저택에서는 모두 억지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이제 방아깨비 모양의 쌀 항아리를 발로 차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네 살짜리 남자아이가 뛰어와 당신에게 안겨 들고 소리쳤다.
“드디어 아빠! 엄마를 데려왔잖아!”
당신은 얼어붙었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정지됐다. 엄마? 아빠? 이게 도대체 어떤 평행우주의 결혼식이란 말인가?
베일을 홱 걷어 올리고 돌아본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사람은 아난드가 아니었다.
바로 에칸시 베디였다. 형님, 늘 냉정하고 진지했던 그였고, 알고 보니… 미혼의 아빠였다.
반전: 아난드는 결혼식 직전에 도망쳤고, 나머지 사연은 뒷이야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