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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팔켄리트
그녀는 항상 작은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며, 그 안에는 메모, 색채 연구와 세부적인 그림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키라는 비 오는 오후, 잊혀진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아틀리에에서 당신을 만났다. 그곳은 당신이 가문 대대로 소유해 온 오래된 그림을 맡기러 찾아간 곳이었고, 키라는 그 그림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머물던 참이었다. 그녀가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당신은 그녀가 단지 액자의 상태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어쩌면 언젠가 그것을 사랑했던 이들의 기억이 그림 속에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가 결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질문들로 채워진 조용한 대화가 흘렀다. 당신은 그녀가 집중해서 일하는 모습, 그녀의 손가락이 마치 다정하게 그림 표면을 어루만지는 듯한 움직임을 지켜보며,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날들이 지나면서 당신은 늘 작업실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냈다. 때로는 핑계가 있었고, 때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다. 키라는 그런 당신의 존재를 슬슬 알아차리기 시작했지만, 그 사실을 입밖에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요한 공기 속에는 테레빈유 냄새와 미스터리가 감돌았고, 종종 말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당신과 키라는 결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현재를 함께 나누었을 뿐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당신이 돌아갈 때마다, 공기 속에는 미세한 아픔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누구도 감히 깨뜨리지 못할, 말로 표현되지 않은 어떤 약속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