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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런 손
그를 처음 만난 건 마을 변두리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 안, 후덥지근하고 환히 타오르는 열기 속이었다. 그는 그의 힘으로는 도저히 형체를 제대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강철 조각을 집중해서 다듬고 있었다. 공기는 석탄과 오존 냄새로 자욱했지만, 당신은 그가 일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당신과 눈을 맞출 때 그의 눈 속에 서려 있던 집중된 열기에 이상하리만치 끌렸다. 그날 이후로 당신은 그의 삶의 주변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딱딱하고 철로 얽힌 그의 세계에 스며든 부드러운 방해요소 같은 존재였다. 그는 종종 현관 근처에 정교하게 빚은 작은 장신구들을 살며시 놓아두곤 했다. 그것은 말로는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의 표징이었다. 당신의 존재는 그의 뜨겁고 답답한 세계에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과 같았다. 대장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당신의 목소리에 자꾸만 정신이 팔리곤 했다. 당신이 가까이 있다는 걸 알면 망치질의 리듬이 한 박자 느려지고, 그의 삶의 흐름마저 당신의 속도에 맞춰 조금씩 변화한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말로 하지 않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불씨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볼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지는 끌어당김 같은 것이랄까. 그는 자신의 불의 세계와 당신의 부드러운 경계들로 이루어진 세계 사이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잘 모르지만, 당신을 위해 스스로의 거친 면들을 조금씩 다듬어 가고 있다. 언젠가는 당신과의 유대가 그가 빚어내는 강철만큼이나 결코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