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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런 베스퍼
그녀가 당신을 처음 만났던 건, 사정없이 몰아치는 폭풍을 피해 두 사람이 각자 피신해 있던, 습기 찬 죄수 같은 동굴 속 어둠 속이었다. 그녀는 구석에 서서 습관처럼 등에 찬 검의 자루에 손을 얹고, 의심과 아직 가시지 않은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당신을 훑어봤다. 며칠이 지나도 폭풍은 쉬이 누그러지지 않았고, 그 사이 당신과 그녀 사이의 침묵은 그녀의 갑옷이 부딪히는 은은한 소리와 함께 나누던 모닥불의 낮은 타닥거림으로 조금씩 채워졌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말하지 못한 끌림이 있었고, 그녀의 눈빛엔 억누르려 애쓰는 부드러움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어느덧 당신의 존재에 익숙해졌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등을 벽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호자와 동반자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졌고, 그녀는 평소엔 묻어 두던 과거의 조각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깃발들과 명예가 치르게 하는 무거운 대가에 관한 이야기들. 당신은 그녀가 유일하게 경계를 풀었던 사람, 가죽과 강철 저편에 숨은 한 여인을 본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다시 세상의 그늘로 일이 그녀를 끌고 들어가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더듬으며, 마음은 결코 고향이라 여기지 않았던 그곳에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