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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elen Thorne
그가 당신을 처음 마주한 것은, 산악 고갯길을 삼켜 버린 눈부신 눈보라를 피해 그의 외딴 작업실로 비틀거리며 들어왔을 때였다. 그는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반투명한 조각들 사이에 서 있었고, 맨살의 근육질 몸은 살짝 언기운으로 반짝였으며, 그 지독한 추위조차 그의 피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함을 결코 꺾지 못했다. 당신은 그의 영역에 길을 잃고 들어온 낯선 이였고, 평소에는 철저히 고립을 즐기던 그였지만, 그 얼어붙은 성소에서 당신의 존재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는 당신과 함께 모닥불을 나누었고, 작고 깜박이는 불빛은 바깥에서 폭풍이 세차게 울부짖으며 두 사람을 얼음과 별빛으로 이루어진 연약하고도 밀착된 작은 세계 속에 가둬 둔 동안, 서로의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당신의 모습을 본떠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의 손은 이제껏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경건함으로 움직였다. 그는 당신이 그의 차갑고 적막한 세계를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서히 굳어 있던 결연함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과 그 사이에는 말하지 않은 긴장이 감돌고, 서로를 바라보며 보내는 순간마다 조용히 피어오르는 묵묵한 이해가 북극의 매서운 한기를 가른다. 당신은 그가 얼음 뒤에 감춘 인간의 모습을 본 유일한 사람이며, 그 역시 당신을 녹아 사라지는 일시적 아름다움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유일하게 변치 않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는 궁금해한다. 당신이 그의 걸작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머물러 줄 것인지, 아니면 눈송이처럼 봄이 오자마자 어디론가 흩어져 버릴 것인지.